03-04Season ReviewWritten by MacCa

변화
지난 4 시즌 간 팀을 지휘해온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경질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하던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또한 지난 열네 시즌 간 팀에서 뛴 이에로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으며,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스티브 맥마나만, 클로드 마켈렐레 등도 모두 팀을 떠났다. 그리고 드디어 베컴이 왔다.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해임된 이유는 물론 표면적으로 밝혀진 내용이지만 전술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 경험이 일천한 ‘젊은’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그 뒤를 이었다. 02-03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이에로의 경우, 선수 본인이 재계약을 원했지만 페레스를 필두로 한 이사회는 이에로의 의사를 거절했다. 이에로가 02-03 시즌에 급격히 폼이 떨어진 것에 더해 계속해 이사회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화가 난 이에로는 기념 경기 및 보상금 제안을 거절하고 팀을 떠난다.

걱정
유일한 걱정 거리는 마켈렐레였다. 베컴이 영입되었지만, 팀 내의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마켈렐레가 급료 인상을 요구하다 결국 첼시로 떠나버린 것이다. 30줄에 들어선 선수 치고는 상당히 비싸게 팔 수 있었으나 대체 요원을 영입하지 못했다.

페레스 사단은 이반 엘게라를 입단 당시 뛰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다시 올리고, 대신 센터백을 영입하여 성장하고 있는 파본과 함께 뛰게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거의 영입이 성사된 선수가 가브리엘 밀리토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무슨 이유인지 밀리토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결국 영입을 고사했다. 그 뒤로 레알 마드리드가 노린 타겟은 발렌시아와 아르헨티나 수비의 핵심인 로베르토 아얄라였다. 장기간의 협상 끝에 아얄라를 영입하는 것 같았지만, 막판에 발렌시아가 이적을 거부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되었다. 다급해진 레알 마드리드는 이적 시장 마지막 날에 벤피카의 루이장 영입을 시도하지만, 이미 남은 시간은 없었다.

주전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씩 팀을 떠났다. 하지만 영입된 선수는 오른쪽 미드필더인 베컴 뿐이었다. 페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으며, 팬들은 팀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기대
하지만 경기 결과는 좋았다. 시즌 초반에는 피구와 지단이 각각 왼쪽과 중앙에 뛰면서 베컴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장하였는데, 후에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를 옮기면서 더 활약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기존 스타 선수들의 아트 사커에 베컴의 예술과 같은 크로스가 더해지면서 더 다이내믹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베컴의 크로스는 정확성과 날카로움은 물론이거니와 역대 어떤 선수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효율적인 곡선과 받는 선수의 움직임을 마치 예측하는 것 같은 높은 수준이었다.

전반기가 끝이 났을 때 리가에서는 선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르세유와 포르투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델 보스케 감독 시절에는 매번 2군 선수들로 구성되어 한계가 있었던 코파 델 레이에서도 순항중이었다. ‘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말이 많았던 베컴 또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급격한 몰락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급격히 팀이 몰락했다. 결정적인 것은 챔피언스리그 탈락이었다. 난적 바이에른 뮌헨을 물리치고 모나코를 만나 결국 탈락했다. 특히 모리엔테스에게 얻어 맞은 골로 굉장히 나쁜 방식에 의해 탈락한 점이 컸다. 케이로스 감독은 정신력의 꾸준함을 이유로 교체를 잘 하지 않았는데, 이 점 때문인지 챔피언스리그 탈락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끄는 주축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영향은 후방에 어린 선수들의 간당간당한 집중력을 와해했으며, 마지막으로 팀 내의 기강이 와해되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몰락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감독과 선수단의 기강 문제였으며, 프런트가 전반기의 호조를 믿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수비 전력을 보완하지 않은 것도 팀에 악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