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3Season ReviewWritten by MacCa

별들이 모이다
01-02 시즌에서 지네딘 지단의 환상적인 발리골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한 번 유럽 무대 왕좌에 올랐다. 그렇게 시즌이 끝난 뒤 팬들의 관심은 오로지 한 곳에 쏠렸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또 어떤 슈퍼 스타를 영입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호나우두였다. 호나우두는 당시 한일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 하는 등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고, 이적 과정에서 난항이 있었지만 마감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시즌에 공식전 33경기에서 18골을 넣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가 이미 ‘9번’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입단 첫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공식전 31경기에서 23골을 넣었고, 모리엔테스는 점점 잊혀졌다. 신성 포르티요가 성장한 탓도 있었다.

별들이 빛나다
리가에서는 이미 바르셀로나가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6위로 시즌을 종료하며 UEFA 컵 진출)에서 레알 소시에다드, 데포르티보와 우승을 경쟁했다. 드 누에 감독을 중심으로 완벽한 조직력을 갖춘 레알 소시에다드는 니하트 카베시, 다르코 코바체비치, 하비에르 데 페드로, 사비 알론소, 로페스 레카르테, 이고르 하우레기 등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평소 기량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했다. 데포르티보 역시 28득점으로 시즌 피치치를 차지한 득점기계 로이 마카이를 앞세워 시즌 종반까지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의 전체적인 수준에 레알 소시에다드와 데포르티보는 범접할 수 없었으며, 결국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맨유와의 명승부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안타깝게 4강에 머물렀다. 당시 챔피언스 리그는 지금과 달리 조별 리그를 1차와 2차로 나누어 두 번 치르고 최종 8팀만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조별 리그에서 각각 AS 로마와 AC 밀란을 압도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8강 상대팀은 명불허전의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8강전 내내 계속된 지단의 눈부신 활약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압도했으며, 1차전은 라울이, 2차전은 호나우두가 골을 결정지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분쇄했다. 이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8강전은 최근 챔피언스 리그 역사에 있어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명경기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4강전에서 유벤투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탈락했다. 1차전은 홈에서 2-1로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 3-1로 패배하며 3-4의 최종 스코어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 특히 2차전에서는 불운이 겹쳤다. 미드필드의 핵심 선수로 성장한 마켈렐레가 부상으로 결장했으며, 라울과 호나우두는 비록 경기에 출장했으나 사실상 출장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지단과 피구 역시 경미한 부상을 안고 뛰어야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피구가 소중한 페널티 킥 까지 실패하며,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의 만회골에도 불구하고 ‘한 골’이 모잘라 탈락했다. 물론 팀의 핵심 센터백이었던 페르난도 이에로가 지난 시즌만 못한 노쇠화를 보여주며 시즌이 종반에 가까워질 수록 폼이 급격히 떨어진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정상적인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했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사실상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마에스트로’
02-03 시즌은 데포르티보에서 꽃을 피우며 기대 속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플라비우 콘세이상이 부진한 것을 제외하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모두가 기대만큼 해준 시즌이었다. ‘슈퍼 서브’ 였던 구티와 솔라리마져도 잘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통틀어 가장 빛났던 선수는 역시 지단이었다. 송곳 같은 패스와 화려한 볼키핑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 득점을 해주는 센스 등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오를만한 플레이였다. 특히 4-1로 대승한 발렌시아와의 리가 홈 경기는 지단이 대활약한 경기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