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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의 수비력에 관한 고찰 온태
2017.07.17 00:11:47
수비 시 라모스는 두가지 정도의 특기할 만한 성향을 지녔다고 봅니다.

1.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2. 선제적 방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주로 공격수와의 직접적 경합에서 잘 드러나는데, 압도적인 운동능력과 태클, 헤더 스킬을 기반으로 라모스는 경합 시 굉장히 적극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수비 성공시 상대에게 2차 기회를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상대 공격의 맥을 확실하게 끊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몰아붙이는 만큼 파울과 카드가 잦으며, 1on1 상황에서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덤벼 크게 무너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때문에 유명한 선수들의 스페셜에 자주 등장하죠. 거시적인 시야와 예측력이 탁월한 것을 감안하면 능력의 부족함이라기보단 이러한 성향을 가짐으로서 지불하는 세금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게 맞을 겁니다. 실제로 경합 성공률에서도 타 정상급 수비수들에 비해 나으면 나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구요.


(급하신 분들은 3분부터. 하지만 정말 좋은 영상이니 가급적 다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위 영상은 라모스와 바란의 수비 방식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바란은 경합 시 라모스와 반대 성향을 띕니다. 적극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단 중심을 뒤에 두고 상대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식이죠. 고로 상대 선수와의 경합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파울도 잘 주지 않는 등,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허나 그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상대가 거세게 밀어붙일 경우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끊어줘야 할 때 끊어주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연출하죠. 위 영상에서도 바란의 이런 약점을 지적하며 라모스의 강점을 잘 부각하고 있습니다.

선제적 방어는 위기 이전에 미리 잠재적 위험 요소를 차단해 위기를 예방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미리 끊어낸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수비는 주로 팀이 설정한 수비 위치보다 높은 위치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며, 때문에 실패할 경우 뒤를 그냥 열어주게 되므로 적극성과 과감함뿐만 아니라 경기를 크게 읽는 눈과 예측력, 판단력, 위치 선정이 고루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수비 방식입니다. 이것이 성공할 경우 상대는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수비 전환을 강요받기 때문에 역습에 취약해지며, 체력 소모도 늘어납니다. 반면, 아군은 높은 위치에서의 공격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습을 시도하기 용이하며,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이러한 플레이를 상대 역습의 대비책으로 삼아 팀의 무게중심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떠올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적인 팀들은 이를 수비형 미드필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고, 센터백 두명은 후방에 자리를 잡고 수미가 한차례 걸러놓은 공격을 처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선수를 가진 팀이라면 이를 센터백에게 분담시켜 나머지 선수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도로 활용한 감독이 14-15의 안첼로티구요.

시즌별 비교

표를 보면, 전체적인 누적 스탯에서 14-15시즌의 기록이 타 시즌보다 유독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14-15시즌은 전문 홀딩 없이 두명의 플랫 미들 라인을 운영했던 시기입니다. 더구나 이 두명이 수비 앞을 지키기보단 적극적으로 중원을 장악하려는 성향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수비진의 적극적인 태도가 유달리 요구되었기도 합니다. 미들의 저지력이 허접했기 때문에 경합 성공률은 타 시즌에 비해 다소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50% 근처의 성공률을 보였고, 압도적인 태클 횟수, 인터셉트, 파울 갯수와 다소 적은 블락과 클리어링 수치로 보아 본인에게 주어진 전방에서의 저지 임무를 비교적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즌 기록엔 중앙 미드필더로 뛴 2경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 라모스를 끌어올렸던 이유가 맨마킹보다는 앞선에서의 저지력 강화였음을 생각하면 선제적 방어 성향이 다른 선수 대신 라모스를 끌어올린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성향에 대해 알아봤으니 스탯을 통해 연관성있는 선수들과 비교를 해보도록 합시다.

?????? 커버

비교 대상은 유럽 상위권 팀의 수비수 중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성향을 최소 한가지는 갖춘 선수들로 꼽아봤습니다. 훔멜스는 선제적 방어 성향을 갖췄고, 키엘리니는 경합 시 상대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몰아붙이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고딘과 마스체라노는 이 두가지 성향을 고루 갖춘 편입니다. 스탯을 보시면, 라모스는 대부분의 수치에서 중위권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교 대상들이 모두 적극성이 좋은 선수들임을 감안할 때, 경합 성공률과 태클 성공률이 가장 좋다는 점이 라모스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이 부문에서 2,3위권에 위치된 키엘리니와 고딘의 소속팀은 레알보다 수비적인 팀 컬러와 그에 맞는 낮은 수비라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더 돋보인다 할 수 있습니다. 카드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이미지에 비해 공중볼 경합 성공 횟수가 좀 아쉽긴 합니다만, 이는 성공률이 60%를 넘기는 수준이며 수비력만큼은 유럽 최고인 카세미루가 앞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흠은 아닐 겁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스탯도 보자면, 유럽에서 가장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유베와 아틀레티코의 수비 방식 차이가 키엘리니와 고딘의 스탯에서도 잘 드러남을 알 수 있습니다. 두팀 다 수비라인을 높게 올리는 편은 아니지만, 압박과 다굴을 통해 상대를 적극적으로 밀어내는 아틀레티코의 고딘이 극단적으로 낮은 블락과 파울 수치를 기록한 반면, 최종 방어선을 든든하게 쌓는 데 강점이 있는 유베의 키엘리니는 높은 블락과 파울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훔멜스와 마스체라노는 각각의 소속팀이 높은 수비라인에도 불구하고 앞선에서의 저지력이 썩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낮은 비율스탯을 통해 입증하고 있네요. 특히 마스체라노의 경우 그 성향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은 누적 스탯을 볼 때 팀 미들진의 기동력 저하가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올여름 바르셀로나가 견제 목적의 세바요스를 제외하면 죄다 기동력과 그를 기반으로 한 미들에서의 커버와 저지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만을 노리는 것도 이를 방증하고요.

파트너간 비교
국대 파트너

이번 비교 대상은 라모스와 같은 팀에서 파트너를 이룬 선수들입니다. 위에서 성향 차이를 이미 언급한 바란부터 보면, 그 신중한 수비 방식덕에 성공률은 굉장히 높지만 적극성을 알아볼 수 있는 누적스탯들은 죄다 라모스보다 아래입니다. 클리어링만이 라모스보다 높은데 이는 보다 후방에서의 수비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페페와의 비교에서는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넓은 커버 범위와 선제적 방어 성향이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성기의 페페는 세계의 어떤 수비수보다도 빠르고 유연한 선수였습니다. 아마 측면이나 후방으로 빠지는 볼을 처리하는 건 라모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을 테고요. 그럼에도 라모스가 빠졌을 때의 수비 조합,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바란-페페 조합은 나올 때마다 실점을 허용하는 등(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news&page=1&sn1=&divpage=2&sn=off&ss=on&sc=off&keyword=%C6%E4%C6%E4&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264)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는 이 두 선수 모두 선제적 방어에 능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전성기 페페는 어떤 수비수보다도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췄고, 이것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와의 경합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단순히 거칠게 밀어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볼에 대한 집착, 긴 다리와 유연성을 기반으로 공만 툭툭 빼내는 수비도 곧잘 하고요. 그럼에도 선제적 방어에 능숙하지 못한 이유는 경기를 보는 시야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볼 전개시에 잘 드러나는데, 볼을 다루는 능력은 상당히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후방에서 효율적으로 볼을 전진시키지 못하고, 상대 압박이 들어오면 공을 뻥뻥 걷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페의 롱킥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실제 킥 스킬의 부족도 있겠지만 시야를 확보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킥 상황에서 여유를 가져가지 못한다는 점도 꽤 크다고 봅니다.

선제적 방어와 넓은 커버 범위가 동의어가 아니라는 주장은 앞서 라모스와 비교했던 훔멜스를 통해 보다 확실히 입증이 가능합니다. 훔멜스는 페페보다 확실히 느리고 덜 유연합니다만, 경기를 훑는 시야는 확연히 우위에 있습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를 방증하지요. 이 시야와 탁월한 위치선정 능력을 통해 훔멜스는 미들 라인까지 과감하게 전진해서 경기에 개입할 수 있으며, 높은 위치에서 볼을 끊어낸 이후 본인의 공격 전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죠. 클롭 시절 도르트문트의 괴랄한 후방 빌드업 전술은 이런 훔멜스의 역량이 없었다면 결코 실행될 수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이것의 결여가 페페의 가치를 깎아먹지는 않습니다. '선제적 방어'는 능력이 아니라 성향이니까요. 압도적인 커버 범위, 그 범위 안으로 들어온 상대는 확실하게 끊어낸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라인에서의 페페의 가치는 절대적이죠. 때문에 홀딩 없이 외줄타기 운영을 시도했던 안첼로티 시절에 바란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거구요.

비록 표본은 적지만, 피케와의 비교는 소위 '후방 커버형 수비수'들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태클 시도, 공중볼 경합 횟수 등 경합의 적극성을 드러내는 지표에선 라모스가 압도적입니다만, 태클 성공률, 파울과 카드 갯수 등 안정감을 드러내는 지표는 피케가 우위를 보입니다. 주지할 것은, 경합 성공률에서 전체적인 경합 시도가 많은 라모스가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표본이 적어 신뢰도는 보장하기 어렵지만, 라모스의 클래스는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종합하면, 라모스는 타 수비수들에 비해 굉장히 공격적인 스타일의 수비수이며, 이로 인해 눈에 띄는 실수가 많아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지만, 그 성향 덕분에 팀이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과의 비교에서도 뒤떨어지는 지표를 거의 보이지 않는 최고 수준의 수비수이다 정도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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