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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이적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 clairvoyance
2018.07.12 23:01:14
사실관계에 근거한 판단은 이미 레알매니아 내에서 많이 논의되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 또한 존중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호날두 이적에 대해 구단의 잘못은 없다는 쪽인데
팬심, 다시 말해 감성적인 측면에서 조금 얘기해볼까 합니다.
사실판단에 근거한 설득이 목적이 아니기에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시야스 이적이나, 최근의 호날두 이적이나 
이제 이 선수를 떠나보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같았습니다.
그런데 드는 감정이 다르네요.


카시야스는 반드시 보내한다는 편에 서서 여러 회원 분들과 날선 공방을 펼쳤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괴로웠어요.
카시야스의 이적 오피셜과 헌정 영상을 보고 있으니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카시야스가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반드시 이적시켜야한다고 제가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이번 호날두 이적 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갈 때가 되었나보다, 입장 안 맞으면 그냥 가게 내버려두자' 
딱 이 정도였습니다.  


이미 유베당사로 이동하셔서 
명예마드리드인, 조선라울맘이라고 비난하시는 분들의 말씀처럼
모 클럽 일부 선수나 팬처럼 레알의 'DNA'를 따지거나, 페레즈에 빙의한 건 아닙니다. 
레알 유스출신이라 해서 막 좋아한적도 없고 
자주, 특히 안첼로티 내보낼때 페레즈 욕 많이 했어요.


호날두는 명실상부 팀의 간판스타이자 에이스였습니다.
여러 면에서 그 어떤 선수도 팀 내에서 호날두의 위상을 넘어설 수 없었구요.
그런데 계약관련 이야기 나올 때마다, 특히 시즌 도중에도 터지는 호날두 이슈는
참 피곤하더군요. 그건으로 타팀 팬들이 호날두와 레알마드리드를 비난할 때는
창피하기도 했구요.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호날두와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 레알에서 터져나오는 잡음은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거리가 될 수밖에 없죠. 온갖 불나방들도 다 꼬이구요. 
뭣보다 호날두가 그런 여러 이슈에 불을 지피는 게 더 짜증났었습니다.
대놓고 슬프다하고,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 말이죠.
세세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인터뷰, 경기중비매너, 동료질타 등등.. 지속적이었죠)  
어쨌든 '음 쿨타임이 돌았나보군, 올게 왔구나' 또는
마치 '능력은 좋지만 성격 까다로운 친구를 달래는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었네요.
물론 카시야스도, 라모스과도 잡음이 나왔지만 그건 '불상사'로 인식한 반면
호날두의 잡음은 지속성이 느껴졌고, '연례행사'처럼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가끔 보였던 독단적인 행동도 좀 불편했구요.


호날두와 레알마드리드의 관계를 보면 제 대학교 때 보아왔던 학우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제가 다녔던 대학교에 겨우겨우 문닫고 갔는데
그곳에서 몇몇 학우분들은, 특히 문열고 들어갔던 학우분들은
(합격 결과를 보고 신께 감사하며 오줌 마려운 것도 잊고 몇번이나 다시 읽다가 
집에 뛰어가는 도중에 오줌을 지렸던 저와는 달리)
자신은 당연히 이학교에 올 수준이었다는 분위기를 풍겼죠.
별거 아니다, 엘리트인 나에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자신감 뿜뿜 이런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저는 호날두가 레알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했다고 봅니다.
그간 보아왔던 호날두의 성취욕구, 자부심, 자존감을 고려했을 때
호날두에게 있어 레알마드리드 입단은 완벽한 미션이자 퍼즐이었을 겁니다.
그 곳에서 정점(에이스 지위, 개인상, 우승트로피 등)을 찍는다면
호날두도 팀보다는 자신의 손익을 따져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호날두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긴 협상보다는 
작별을 택할 것이라 보았기에, 호날두가 레알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될 줄은 몰랐지만 다수의 발롱도르 및 개인상, 리그우승, 챔스우승을 달성했기에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 봤고 떠나는 과정또한 매끄럽지는 않을 것이라 봤는데
예상이 어느정도는 맞았네요. 


다시 말해, 저는 지금껏 제가 보아왔던 
호날두와 레알마드리드간 이슈와 호날두의 행동을 봤을 때
호날두와 레알마드리드 간에는 레알-라울, 맨유-긱스, 리버풀-제라드, 바셀-푸욜 등과 같은
(전 죽을 때까지 바셀이라 하렵니다, 꾸레분들이 굉장히 싫어하더라구요)
비즈니스 이상의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능력과 위상 등등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 잘 맞어떨아졌기에,
끊임없이 서로의 요구사항을 조율할 가치가 있는 완벽한 파트너쉽의 느낌이었다할까요.


'레전드 대우가 인색하다'는, 구단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양상이 아니라
호날두 또한 '우리 관계의 본질은 비즈니스'라는 것을 보여주어왔다는 거죠.
즉, 호날두에 대해 시장가치 이상의 대우?혹은 구단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품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구단이 호날두에게 그에게 걸맞는 대우를 하지 않았다던가,
팬들이 죄의식을 갖고 구단을 질책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네요.
이게 라모스나 마르셀로가 떠난다고 하면
돈이 얼마가 되든 잡아라며 구단에게 온갖 욕을 퍼부을 것 같지만
호날두의 이적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같습니다.


이젠 그냥 서로 작별할 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9년간, 호날두 덕에 속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기뻤던 적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호날두의 이적이 더더욱 아쉽네요.
분명히 호날두가 그리운 순간이 부단히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전성기를 레알마드리드에서 보내며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위상을 회복하는데 일조해준 점 너무나도 고마웠네요
서로의 위상에 걸맞았기에, 그리고 위대한 성과를 내었기에
레알마드리드에게도, 호날두에게 즐거운 여정이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호날두 이적을 보니 NBA 마이애미의 르브론 제임스가 떠오릅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레알과 호날두 간의 관계가 훨씬 더 끈끈하겠지마는,
시간이 지나면 잡음은 사그라들고 구단의 황금기를 함께 보냈던, 
위대한 여정의 파트너로써 기억되리라는 점은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확실한 건 현재 레알을 떠난 선수들 중 가장 열렬히 응원할 선수는 호날두겠네요.


호날두를 떠나보낸 레알마드리드나, 유벤투스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호날두나
둘 다 각자의 성공을 이어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누가 아쉽니 마니 뒷말 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이게 진짜 제일 싫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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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irvoyance (zilieon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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